EST · MMXXVI

이야기EP03

한 종목이 겨울 전부였던 열여덟 해

199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의 동계 올림픽 금메달은 전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. 그 편중이 풀린 것은 2010년이다.

마흔네 해 동안 아무것도

한국은 1948년 생모리츠 대회부터 동계 올림픽에 나갔다. 그리고 마흔네 해 동안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.

1992년 알베르빌에서 처음 시상대에 올랐다. 금 2 · 은 1 · 동 1, 그리고 그 넷이 전부 쇼트트랙이었다. 첫 금메달을 딴 김기훈이 그 대회에서 2관왕이 된다.

그다음 열여덟 해

이 아카이브가 가진 대회별 집계를 늘어놓으면 편중이 그대로 보인다.

대회 종합
1992 알베르빌 2 1 1 10위
1994 릴레함메르 4 1 1 6위
1998 나가노 3 1 2 9위
2002 솔트레이크시티 2 2 0 14위
2006 토리노 6 3 2 7위

다섯 대회에서 금메달 열일곱 개가 나왔고, 전부 쇼트트랙이었다. 다른 종목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몇 개 냈을 뿐이다.

편중이 가장 뚜렷했던 것이 토리노다. 금메달 여섯이 모두 한 종목에서 나왔고, 남녀 각각 한 명씩 3관왕이 배출됐다. 종합 7위라는 순위는 사실상 한 종목의 성적이었다.

이런 성적의 다른 얼굴

한 종목에 성적이 몰리면 그 종목이 흔들릴 때 대회 전체가 흔들린다.

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가 그랬다.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선수가 실격 처리되며 판정 논란이 크게 일었고, 그 대회 성적은 금 2 · 종합 14위로 앞뒤 대회보다 눈에 띄게 얇다. 종목이 하나뿐일 때 판정 하나가 대회 하나를 바꾼다.

2010년에 풀린다

밴쿠버에서 처음으로 쇼트트랙 밖에서 금메달이 나왔다. 금 6 · 은 6 · 동 2, 종합 5위 — 지금까지 한국의 동계 올림픽 최고 순위다.

이 대회의 의미는 순위가 아니라 금메달이 어디서 나왔는가에 있다.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우승했고,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. 이상화는 이 대회와 다음 대회에서 같은 종목을 연달아 우승한다.

열여덟 해 만에 겨울이 한 종목보다 넓어졌다.

그 뒤

편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. 2014 소치는 금 3으로 내려앉았고, 2022 베이징도 금 2였다. 2018 평창에서 금 5로 다시 오른 것은 개최국이었던 사정이 겹친다.

이 아카이브의 동계 기록은 그래서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. 한국의 겨울은 오래 한 종목이었고, 넓어졌다가, 다시 좁아졌다.

빙상 자체는 개화기에 들어온 것으로 전한다. 언 강과 못에서 타던 서구식 스케이트가 백 년 뒤 이 나라 겨울 성적의 거의 전부가 된 셈인데, 그 사이를 잇는 기록은 아직 이 아카이브에 얇게만 남아 있다.

[근거]

이 이야기가 기댄 것